드하트 미 협상대표 회견 다음날 ‘반박성’ 기자회견
“SOFA에 근거한 방위비협정 틀 유지 입장 견지”
미국이 요구하는 순환배치 비용 등에 “의견 달리한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사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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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는 19일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방위비 경비 분담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주둔 경비를 분담하는 것으로 한정한 기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방위비협정)의 틀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칙도 거듭 강조했다.

    정 대사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8년간 유지돼온 방위비협정의 틀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서울에서 5차 회의가 끝난 뒤 제임스 드하트 미국 협상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전체 비용을 포괄할 수 있도록 협정의 틀을 바꿔야 한다”며 국외 주둔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역외훈련 비용, 장비, 이동 비용 등을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불가’ 원칙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미국 협상대표의 회견 다음날 한국 협상대표가 ‘정면 반박’에 나서며 팽팽한 ‘장외 여론전’을 벌인 것은 이례적이다. ‘판을 바꾸려는’ 미국과 ‘판을 지키려는’ 한국의 기본 원칙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이 그만큼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이라는 협정 원칙을 강조하고, 미국은 ‘동맹 기여’라는 새로운 틀을 들고나와 무리한 증액 요구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은 한국이 미국에 시설과 부지를 제공하되, 주한미군의 모든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여기에 예외를 둬 1991년부터 한국이 주한미군의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건설비, 군수지원비를 분담하기로 한 것이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동맹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전세계 동맹국들에 기여를 대폭 늘릴 것을 압박한다. 드하트 대표는 “(순환배치 등) 모든 비용은 한국 방어와 직접 연관된 것”이라며 “일부 비용이 한반도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하더라도 분담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정 대사는 “주한미군지위협정에 근거해 현재 방위비협정의 틀이 만들어져 28년 동안 기준에 따라 운영이 됐다”며 “(미국의) 그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 대사는 “항목 하나하나의 타당성, 적격성에 대해 따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사는 이어 “저희도 현행 한국이 하고 있는 동맹 기여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정당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미국산 무기 구입 등을 동맹 기여의 사례로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순환배치, 역외훈련 비용 등까지 한국이 부담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협정의 틀을 벗어난 것일 뿐 아니라, 실제 상황에 비춰서도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많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학술협력실장은 “미군의 순환배치, 역외훈련, 전략무기 전개 등은 미국의 안보 이익과 관련된 부분이 크다”며 “그런 비용을 한국이 내라고 하는 것은 너무 포괄적이고,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명분으로 하지만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이나 미-일 동맹 차원에서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 병력이나 항공모함, 전투기 등을 이동시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전날 드하트 대사가 현재 미국의 요구 금액이 애초의 50억달러(약 6조원)보다는 낮아졌다는 식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정 대사는 이날 “금액에 대해 현단계에서 대외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협상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현재로선 큰 틀에서 입장 변화가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말해 미국의 요구액 변화가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박민희 김소연 기자